차용증쓰는법, 돈 빌려줄 때 나중에 덜 곤란해지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가족에게 전세자금 일부를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검색하다가 꽤 당황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언제까지 갚겠다” 정도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자율, 상환일, 계좌이체 기록까지 챙길 게 생각보다 많았던 거죠. 사실 차용증은 어려운 법률문서라기보다, 나중에 서로 기억이 달라졌을 때 꺼내 보는 약속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차용증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
차용증쓰는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언제 빌렸고, 어떻게 갚을지’가 빠짐없이 보이는 것입니다. 말로는 500만 원을 빌려줬다고 기억해도, 상대방은 300만 원이라고 말할 수 있고, 갚는 날도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름, 주소, 연락처, 생년월일 등 식별정보
- 빌린 금액: 숫자와 한글을 함께 기재
- 돈을 빌려준 날짜와 실제 송금일
- 상환기한: 예를 들어 2027년 3월 31일까지
- 상환방법: 일시상환, 매월 분할상환, 이자만 매월 지급 후 원금 상환 등
- 이자율과 이자 지급일
- 연체 시 지연손해금 여부
- 작성일, 서명 또는 날인
금액은 “10,000,000원”만 쓰기보다 “금 일천만 원정”처럼 한글을 같이 적는 편이 좋습니다. 숫자는 0 하나 때문에 느낌이 확 달라지니까요. 그리고 현금으로 주고받기보다는 계좌이체가 훨씬 깔끔합니다. 통장 기록에 송금일, 금액, 받는 사람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 설명할 일이 줄어듭니다.
이자와 상환일은 애매하게 두지 않기
친한 사이일수록 “천천히 갚아”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가장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차용증에는 감정 좋은 표현보다 날짜가 필요합니다. “형편 되는 대로”보다는 “2027년 6월 30일까지 원금 전액 상환”처럼 적는 게 낫습니다.
이자를 받는다면 이자율도 분명히 써야 합니다. 2026년 9월 기준 이자제한법상 금전대차 계약의 최고이자율은 연 20%입니다. 예를 들어 월 2% 이자는 얼핏 작아 보여도 연으로 계산하면 24%라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월 1%는 연 12%입니다. 차용증에는 월 이율보다 연 이율을 함께 적어두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무이자로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가족 간 거래라면 세금 쪽을 같이 봐야 합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가족끼리 차용증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돈 거래가 대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 이자나 원금을 약속대로 보냈는지, 계좌 기록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세법상 적정이자율 4.6%와 실제 이자의 차이도 따져볼 수 있고, 흔히 말하는 2억 1700만 원 수준의 이야기는 원금 자체가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족 간 차용증은 더 현실적으로 써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사이에서는 “설마 문제가 생기겠어”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취득자금, 전세보증금, 사업자금처럼 금액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세무상으로도 증여인지 대여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고, 가족 안에서도 나중에 상속이나 재산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가족 간 차용증이라면 상환계획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이 거의 없는 자녀가 부모에게 3억 원을 빌리면서 “10년 뒤 한 번에 갚는다”고만 적어두면, 실제 대여인지 의심받을 여지가 커집니다. 매월 50만 원씩 이자를 보내거나, 1년에 한 번 일부 원금을 갚는 식으로 현실적인 흐름을 남기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또 하나, 이자 지급은 현금보다 계좌이체가 좋습니다. 이체 메모에 “2026년 10월 차용금 이자”처럼 남겨두면 나중에 설명하기 편합니다. 차용증은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문서가 아니라, 그 뒤의 상환 기록까지 함께 있어야 힘이 생깁니다.
공증과 확정일자는 언제 챙기면 좋을까요
금액이 작고 서로 신뢰가 충분하다면 차용증과 계좌 기록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거를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액이 크거나, 이미 관계가 애매하거나, 변제 가능성이 걱정된다면 공증을 생각해볼 만합니다.
다만 단순히 차용증을 공증받는 것과 강제집행을 바로 할 수 있는 공정증서는 효력이 다릅니다. 생활법령정보 안내에서도 차용증 인증은 계약이 진짜로 작성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의미가 크고,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강제집행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별도의 소송 없이 집행까지 고려한다면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확정일자는 작성된 날짜를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 간 차용증을 나중에 급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면 작성 직후 날짜를 남겨두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물론 공증이나 확정일자가 모든 문제를 막아주는 만능 장치는 아닙니다. 결국 실제 돈이 오갔고, 약속대로 갚고 있다는 흐름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 따라 쓰기 좋은 기본 문장
처음 쓰는 분이라면 아래 문장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바꾸면 됩니다. 너무 화려한 표현보다 빠진 내용이 없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채무자 김OO은 채권자 이OO으로부터 2026년 10월 1일 금 일천만 원정(10,000,000원)을 차용하고, 이를 2027년 10월 1일까지 상환한다. 이자는 연 5%로 하며 매월 말일 채권자 계좌로 지급한다. 원금은 만기일에 일시 상환하되, 채무자가 기한 내 변제하지 않을 경우 지연손해금은 연 10%로 한다. 본 계약을 증명하기 위하여 차용증 2부를 작성하고 채권자와 채무자가 각각 1부씩 보관한다.”
여기에 계좌번호, 분할상환 일정, 조기상환 가능 여부, 담보나 보증인이 있다면 그 내용까지 추가하면 됩니다. 보증인을 세우는 경우에는 보증인의 서명도 반드시 받아야 하고, 보증 범위가 원금만인지 이자와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하는지도 적어야 합니다.
돈거래는 친할수록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느낍니다. 차용증을 쓰자는 말이 상대를 못 믿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기억과 감정을 지켜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처음 10분만 차분히 적어두면, 나중에 몇 달씩 마음 쓰는 일을 꽤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