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화재를 떠올리며 숙소에서 대피하는 방법

숙소에 들어가면 침대와 콘센트 위치는 금방 보이는데, 비상구 표시는 의외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녁에 쉬고 있거나 잠든 사이 경보가 울린다면 더 당황스럽겠죠. 2024년 8월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숙박시설에서 대피 경로를 미리 알아두는 일이 왜 중요한지 보여줬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당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습니다.
화재가 나면 무조건 객실 밖으로 뛰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복도에 연기가 이미 가득하다면 객실에 머물며 구조를 요청하는 편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을 빠르게 하려면 숙소에 도착했을 때부터 몇 가지를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객실에 들어가면 출구부터 확인하기
짐을 풀기 전에 객실 문 안쪽의 피난 안내도를 먼저 봅니다.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비상계단이 어디인지, 반대편에도 계단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복도에 나가 비상구 표시와 계단 문까지의 방향을 눈으로 짚어두면 경보가 울렸을 때 길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짧아 보이는 복도도 연기가 차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객실에 완강기가 있다면 위치와 사용 안내도 함께 확인해 둡니다. 화재가 난 뒤 처음 장치를 찾아 설명서를 읽기에는 마음이 급해지기 쉽습니다. 다만 완강기는 사용 조건과 방법을 알아야 하는 피난 장비입니다. 눈에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사용하기보다, 계단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119의 안내를 따르는 게 좋습니다.
함께 묵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의 객실 번호와 층도 알아두세요. 특히 아이나 거동이 불편한 일행이 있다면 어느 계단을 이용할지 미리 이야기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준비에 드는 시간은 짧지만, 급할 때는 그 차이가 큽니다.
경보가 울리면 문밖의 연기부터 살피기
경보를 듣거나 타는 냄새가 나면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문을 열기 전에 문과 손잡이의 열기를 손등으로 조심스럽게 확인합니다. 뜨겁다면 문을 열지 않습니다. 뜨겁지 않더라도 문을 조금만 열어 복도에 연기나 불길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문을 여는 순간 연기가 밀려들면 다시 닫고 객실 안에서 구조를 요청합니다.
복도와 계단에 연기가 없어 이동할 수 있다면 가까운 비상계단으로 대피합니다. 소방청과 국민재난안전포털의 행동 요령처럼 자세를 낮추고, 손수건이나 수건이 바로 있다면 코와 입을 가린 채 움직입니다. 수건을 적시느라 대피가 늦어져서는 안 됩니다. 객실을 나올 때는 문을 닫아 연기가 퍼지는 것을 줄이고,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나 신발이 손 닿는 곳에 있다면 챙기되 짐을 찾으러 되돌아가지는 마세요.
계단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도 짙은 연기가 보인다면 무리해서 내려가지 않습니다. 다른 안전한 계단으로 갈 수 있는지 살피고, 길이 막혔다면 연기가 적은 공간으로 돌아가 문을 닫은 뒤 119에 위치를 알립니다.
복도가 막혔다면 객실에서 구조 요청하기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문을 닫고 연기가 들어오는 틈을 수건이나 옷으로 막습니다. 화염과 연기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이동한 뒤 119에 신고하세요. 건물 이름, 층수, 객실 번호, 함께 있는 사람 수, 복도의 연기 상태를 말하면 구조대가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통화가 끊기지 않도록 휴대전화 배터리도 아껴 쓰는 편이 좋습니다.
창문 쪽이 안전하다면 구조대가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위치를 알립니다. 창문을 열지 말지는 바깥 연기와 불길을 살펴 판단하고, 119의 안내를 따르세요. 높은 층에서 임의로 뛰어내리는 행동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천 호텔 화재에서도 창문 밖으로 피하려다 숨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눈앞의 복도가 막혔다고 해서 창문 밖이 곧 안전한 탈출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 밖으로 나왔다면 다시 들어가지 않기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면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직 안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구조대에 본 위치를 알려주세요. 소지품을 두고 왔더라도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겉으로 불길이 작아 보여도 실내에는 연기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연기를 마신 뒤 기침이나 두통, 어지럼증, 숨참이 있다면 현장 구급대원에게 바로 알리는 게 좋습니다.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도 있어 몸 상태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숙소에서는 쉬는 일이 먼저지만, 방에 들어선 첫 몇 분만 출구를 확인하는 습관이 위급한 순간의 선택을 훨씬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